젊은 할머니의 손주 봐주기
딸이 여행을 떠나며 내게 부탁한 아이들.
생전처음 아이들과 지내는 8일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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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부부가 여행을 떠나며 아이들을 부탁해 엊그제 부터 나는 딸네집에 와있다. 내게 아이들을 부탁하는 딸이 고마웠다. 초등학교6학년,3학년인데 먹을 것만 챙겨주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한단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먹을 것인데 내가 해 주는 음식이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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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음식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며 잘해줄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딸이 미리 장을 다 봐놓고 갔기때문에 그저 냉장고 열고 재료 선택만 하면된다. 그 첫번째가 떡볶기. 가장 쉬우면서 잘 먹는것이라 선택했다. 요즘은 떡볶기도 퓨전시대라 별별 떡볶기가 다 있지만.... 할줄 아는것이 그저 옛날식이다. 틀린 것이 있다면 육수가 그냥 물이 아니라 평소에 잘 안먹는 멸치와 다시마,대파 양파를 넣고 육수를 미리 만든다. 별것도 아닌데 엄마가 아닌 다른사람의 손맛이라 그런지 잘 먹어주어 고마웠다.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먹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잘 먹어주느냐에 따라 하는 사람도 즐거워진다. 떡볶기 먹은 설것이를 하면서 다음 메뉴를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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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간식을 준비해 주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그나마 딸이 준비해 논 재료로 도움을 받는다. 시중의 호떡믹스가 이런 호떡으로 재탄생 됐다. 참 좋은 세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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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볶음밥. 양파와 당근,감자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엔나 소시지. 케챱을 얹어 비벼 먹으며 맛있단다. 나도 아이들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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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엄마와 처음 떨어져서 인지 풀이 죽어있다. 잠도 잘 자지 못하는 것같다.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안됐다. 오늘 저녁 메뉴. 닭가슴살야채볶음. 가슴살을 미리 맛술, 매실청,간장,간마늘,고추장에 재워놓았다. 야채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양파,당근,대파,피망등 매운것 좋아하면 청량고추 잘게 썰어넣으면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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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떡을 넣으면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팬에 식용유 살짝 두르고 가슴살,고구마를 같이 바닥에 깔고, 야채,떡등을 넣은 뒤 물을 조금넣어(가슴살이 물기가 없으므로) 뚜껑을 덮어 익힌 뒤 재료가 익을때쯤 한번 뒤척여주고 간을 본다. 매실청에 단맛이 적으면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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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아이들의 다운된 기분을 풀어주려 저녁을 좋아하는 것으로 시켜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좋고, 나는 저녁준비를 하지 않으니 좋았다. 피자,스파게티,윙에다 평소에 제엄마가 먹이지 않던 콜라까지...(절대비밀) 몇일만에 아이들의 목소리에 힘이나고 조잘조잘 ...... 저녁시간이 밝아졌다.잘 먹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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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를 가고나면 집은 적막강산이다. 마침 다리까지 깁스를 해서 더욱 더 답답하다. 오늘은 절뚝거리며 쓰레기도 버릴겸 아파트를 한바퀴돌았다. 정자밑에는 할머니들뿐이다. 내가 옆에 앉으니 나도 할머니가 됐다. 지금은 그래도 50대 젊은 할머니지만 머잖은 내 모습이지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