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공소/성당이야기

그 분이 홀로서 가듯. 구상

엔젤의오두막 2011. 12. 28. 17:00

그 분이 홀로서 가듯 
                                              구 상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이천년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 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 무력에 지치고
번번히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제자들의 배반과 도피 속에서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 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꼴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 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