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식에게 해주기만 하던 엄마에게 딸이 해 드리는 녹두죽.
따르릉~
오전 9시쯤
주일 성당 갈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언제부턴지 잘 쓰지 않는 집전화는 주로 엄마와 아버지 전용 연결선이다.
여보세요~
왠지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얼른 집에 좀 와봐라! 엄마가 아프다~
한 아파트 단지내에 살고있는 친정집에서
아버지의 다급한 전화였다.
아니!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가 아프다고요?
아프다면 당뇨가 있으신 아버지가 아니고?
엄마라니!
여기저기 아프시지만
크게는 한번도 앓으신 적이 없으신 건강체질이신데....
부리나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숨이 막히는 듯 숨이 차오른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든다.
엄마~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두꺼운 이불을 두겹이나 덮어 쓰시고
이불이 들썩일 정도 로 떨고 누워계신다.
일요일 병원은 응급실 뿐이고
당장 급한대로 약국을 찾아 약사께 설명을 하니
오한이 나시는 걸로 봐서 몸살인 것 같다고~
감기몸살약을 주신다.
토하고~열은 펄펄나고~
응급실은 안가신다고 버티시고~
나는 엄마가 그렇게 아프신 모습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어렸을 적
내가 아프면 엄마와 할머니는 바가지에 죽을 쑤어
내 머리맡에 놓고
식도로 머리를 훝어내리며 기도를 하시고 죽을 밖에 내어 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토속신앙의식인 것 같았다.
그리하고 다음날이면
내병은 씻은 듯이 나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아프신 엄마의 머리맡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그때 생각이 난다.
오십이 훨씬 넘은 이 철부지 딸은 엄마가 누워 앓고 있는 모습이 낯설다.
엄마는 항상 아프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그런 존재인 엄마이다.
내가 배고풀때 맛있는 것을 챙겨주고
내가 아플 때 내 아픈 것을 다 낫게 해 주는 그런 존재이다.
약국약을 잡숫고 조금 나아지는 듯 했으나
하루 종일 엄마는 앓고 계셨다.
주물러드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없는 딸은 그 곁에서 생각한다.
엄마도 이젠 나이 들어가시는구나!
그리고 보니 78세라는 나이의 엄마가 노인으로 눈에 들어온다.
엄마에게 죽이라도 쑤어 드려야겠다.
평생 딸에게 해 주기만 하시던 엄마에게 이번에는 딸이 죽을 쑤어드린다.
몸에 있는 백가지 나쁜 것들을 해독 시켜준다는 녹두죽.
기도하는 마음으로 녹두죽을 쑨다.
재 료
녹두2컵,쌀1컵,소금
물에 2시간 정도 불린 녹두는 물을 갈아 주며 껍질을 없애주고
껍질은 다 없애도 좋지만
엔젤은 웬만큼 남겨둔다.
모든 것이 껍질에 영양이 많다는 것 명심~
충분히 물을 붓고 푹 끓이고.
쌀은 잘 불려 놓고...
푹 삶아진 녹두는 도깨비방망이로 될 수 있는대로 곱게 곱게 갈아놓고....
불린 쌀도 따로 곱게 갈아
먼저 불에 올려 저어가며 끓여준다.
처음에 쌀을 끓일 때 물을 너무 많이 넣어주지 않는다.
쌀이 웬만큼 죽이 되어 갈 때....
녹두 넣어 함께 끓여 준다.
요때 물의 양을 조절~
절대로 쌀의 양을 녹두보다 많아지지 않게 조절해야
진한 녹두죽을 맛 볼수 있습니다.
폭~
끓여진 녹두죽.
소금 조금 넣어 약하게 간 맞추면 끝~
엄마~
이 죽 드시고 아프지 마세요~
온 마음을 다해 끓여본 녹두죽.
밤새 엄마 곁에서 노심초사하던 딸 때문인지 새벽에는 싹~
나아지시는 것이 ~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다.
내 나이도 잊고 살지만 엄마의 나이도 잊고 살았던 오십중반의 딸.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효도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엄마,아버지를 위하여 ~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