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공소/My Story

돌아가신 시어머님께 드리는 며느리의 편지.

엔젤의오두막 2012. 9. 17. 10:32

어머님.

오늘은 어머니께 갑니다.

 

가야지..가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세상 살아가는 핑계로 일찍 찾아뵙지 못하고 이제야 갑니다.

 

 

어머님 살아 생전에도

어쩌다 하는 전화통화로 자식도리 잘 하고 있다고 자만하면서 살았는데

어머님 떠나시고도 이렇게 찾아오기가 힘이드네요.

 

 

어머님. 

당신 자식보다 더 저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셨는데

저는 그리 못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살아계실때 주신 사랑을 어머님 가시고 난 뒤에야

문득문득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갑니다.

 

 

어머님 누워 계신 산소 주위에 도토리며 산밤이며 산초나무까지 있네요.

 

 

예전 살아계실 때

저에게 챙겨주시던 것들이 

어머니 누워계신 산소 주위에 이리 널려있습니다.

 

 

당신 잡수실것도 남기지 않으시고 저희에게 다 쏟아주시던 어머님.

 

 

자식을 위해 일념으로 농사지으신 수확물들을

제손에 쥐어주셨는데...

풍요로운 도심생활을 하는 며느리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더러는 썩히기도 하고

더러는 버리기도 하며 귀한 줄 몰랐습니다.

 

 

어머님.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봅니다.

 

 

어머님이 너무도 사랑하셨던 

당신아들과 며느리가 노후를 계획하고 들어온 시골.

 

 

저희가 농사지은 것들을 보면서

 어머님의 그때처럼

아이들 생각이 먼저 납니다.

 

 

어쩜 이리 어머님을 닮아가는지...

저는 나이들어 어머님과 같은 노후를 살기 간절히 원합니다.

 

 

살아가시며 늙어 힘없는 나보다

자식생각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래도 어머님은

자식이 드리는 작은 용돈으로 남을 먼저 배려하고 베풀기를 항상 먼저 많이 하셨습니다.

 

 

어머님 칠십이 되셨을 때 제가 어머님 옷한벌을 사드렸지요.

그때 그옷을 입으시며 하신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어 새옷입을 일이 별로 없으니 옷이나 신발은 사지마라."

"있는 옷도 다 입지 못하고 갈텐데 있는 옷이며 신발 나죽은 다음 처리하기도 힘들다."

 

 

그 말씀을 그대로 믿고 저는 그렇게 하였지요.

그리곤 옷 사는일은 잊어버렸습니다.

 

 

어머님이 팔십이 훨씬 넘으신 어느날.

어머님 행색이 초라한 것 같아 장농을 열어보니 입으실 만한 옷이 하나도 없으셨어요.

 

 

어느 자식하나가

어머님 옷사드리는 일은 다 잊어버렸었나 봅니다.

 

 

제가 당장 읍내장에 나가 옷한벌을 사드렸었지요.

시골장에서 사드린 옷이니 변변치는 못했지만...

꽃무늬가 있는 고운 색깔 옷이었습니다.

 

 

입맛도 잃으시고 초라하심이 그저 연로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사골을 사다 끓여드리곤 저희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것이 어머님의 병색인것을 미련한 며느리는 전혀 몰랐었지요.

갑자기 어머님의 병을 알게 되고 응급 수술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그해 가을 어머님은 떠나셨습니다.

그일들이 어머님 옷사드린 후 한달반 동안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어머님.

어쩌다 서울 아들네 올라오시면

아파트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내려가신다고 하셨지요.

 

 

봄이면 어머님의 나물이며 쑥을 뜯으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선녀같았습니다.

어머님 사실곳이 이곳이구나 느꼈지요.

 

 

이 며느리는 어머님 편찮으시면 언제고 모시겠다고 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도 그렇게 먹었었습니다.

 

 

갑자기 병이나셔서 응급수술후 저희집에 오신 당신.

못된 며느리되지 말라고

그래도 한달반 제 병간을 받으시고 떠나셨네요.

지금도 더 ~더 정성껏 간호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어머님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며

마지막 사드린 그옷을 발견하고

벌써 세번째 그 여름옷을 제가 입습니다.

 

 

어머님 그곳은 편안하시지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머님은 좋은 곳에 계실꺼라 믿어 의심이 없습니다.

 

 

어머님.

 

 

오늘은

그토록 사랑하시던 아들의 손에 깨끗이 단장하시고

개운하시겠어요.

 

어머님께 왔다가는 저도

마음이 편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