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남겨진 진돗개 장군이의 첫겨울나기
4월28일이 생일인 작은 아기진돗개.
산골살이를 처음 시작하는 우리부부에게 아들이 보내준 집지킴이이다.
작은 바구니에 넣어 자동차로 두어시간을 달려
산골에 데리고 온 날.
엄마 떠난 첫날부터
우리부부를 자기 첫주인임을 알아차렸는지...
찡찡대지도 않고 먹기도 잘하며 재롱을 부려대었다.
(아들이 핸드폰으로 보낸 장군이의 첫모습.)
요 아기가 자라며 조금은 장난꾸러기로 변하니 힘을 당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래서 목줄을 착용.
작은 목에 어색하게 채워진 목줄이 조금은 거북한 표정이다.
나날이 부쩍부쩍 자라며 장군이는 변해갔다.
내게 뛰어오르면 뒤로 넘어갈 정도로 힘도 세어졌다.
먹는 양도 늘어가고....
짖는 소리도 쩌렁쩌렁 골짜기가 울린다.
아직 장군이는 6개월된 아기이다.
엄마,아빠를 보고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고 애교를 부린다.
장군이의 엄마,아빠가 무척 장난꾸러기라는데
유전적인 요소가 있나보다.
남편은 장군이를 데리고
시계처럼 매일 아침,저녁으로 운동겸 산책을 한다.
산책시간이 되면 문을 바라다 보고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다.
신기한 것은 아직 집주위에서 응가를 하지않는다.
멀리 산책을 나가 풀숲에 볼일을 본다.
남편이 없는 날 잠시 내가 산책을 데리고 나간 적이 두어번 있는데
힘이 세어 두번다 넘어져 위험스러웠던 적이 있다.
남편은 산책코스가 정해져 있어 정해진 코스만 다닌다.
그런데 내가 데리고 나가면 다른곳으로 나를 유도한다.
아마 아빠와 만만한 엄마를 알아차리나 보다.
나는
남편이 가끔 볼일을 보러 서울을 올라가거나 늦는 날이면
장군이의 짖는 소리로 바깥을 살피고 누가 오는가를 알아차린다.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내게
장군이는 보호자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양쪽 보청기를 착용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듣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이젠 혹한의 겨울이다.
아직 산골에 올인하지 못한 우리부부는
서울과 산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산다.
춥지 않은 계절에는 이웃이 있어 하루,이틀씩 장군이를 부탁하면 돌보아 주었지만
겨울이 오며 이웃들도 서울로 가버리고
우리뿐이 남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겨울을 산골보다는 서울집에서 지내야하는데...
장군이와 이별아닌 이별을 해야 한다.
장군이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에 마음이 아파
남편은 계속 눈물을 보인다.
아마 나보다 더 산책길을 많이한 장군이에게 정을 줬던 것 같다.
장군이를 놓고 의논한 끝에
산골 이웃집 한분께서 맡아주시기로 했다.
그 집에도 개가 한마리 있다.
데려다 놓고 돌아오는 길 장군이는 그 집개와 노느라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더니만...
낯선곳에 남겨진 것을 알아차리고
그자리에서 망부석이 되었단다.
매일 아침 남편은 전화로 장군이의 안부를 묻는다.
식음도 전폐하고 하루종일 그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단다.
아마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제 겨울은 시작이고 아직 장군이와는 두어달 헤어져 지내야 하는데...
그 짧다면 짧은 시간이 우리 부부에겐 너무 길게 느껴진다.
마음이 아프다.
올해는 이렇게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내년에는 될 수 있으면 한쪽일을 접고
산골에서 겨울을 나려한다.
그때까지 장군이도 잘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이 방법도 장군이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 장군이 화이팅!
내게는 장군이도 있지만
요크셔인 해피와 사랑이도 있다.
그런데 서로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잘 지낸다.
그들은 자기들이 가족인지를 아는 것 같다.
장군이가 젤루 좋아하는 아빠와 해피,사랑이
함박눈이 온날 눈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