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오두막 2013. 8. 9. 17:20

 

 

 

 

남편은 올봄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고추에 집착했었다.

 

고추모종을 심는 것부터 시작해서

곧게 잘자라주라고 1단,2단,3단 줄을 매어주고

곁가지들을 잘라주고

아기 키우듯 한놈 한놈 정성을 들였다.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고추를 보며 만족해 하고

혹여 한가지라도 부러져나가면 부러진 가지 때문에 속상해했다.

 

남편의 고추밭 말고

채소가 심겨진 텃밭에 나의전용 고추밭이 따로 있다.

 

어느날인가 잘 익은 고추 몇개 따다 남편에게 혼이 나고

남편은 내 전용 고추밭을 만들어주었다.

안매운고추10개,청량고추5개,꽈리고추10개,아삭이5개.

나의 전용고추밭은 파란고추가 매달리기가 무섭게 똑똑~

따서 이웃과 나눠 먹기도하고 요리에 쓰이기도 한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재작년.

어머니 살아 생전 일구시던 밭에 고추를 심고

대롱대롱 매달려준 고추가 예쁘다고

채 익지도 않은 고추를 부부가 좋아라고 땄던적이 있다.

첫물,맏물을 그리 따고났으니

당연히 그해 빨간고추는 구경도 하지 못했었다.

 

이제

장마도 끝나고

뜨거운 햇살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들이

고추값을 할 때가 왔다.

구슬땀을 흘리며 첫 수확한 빨간고추들.

 

남편은 어느새 깨끗하게 씻어

나란히 나란히 줄 맞추어 놓고 내게 사진 찍으라 한다.

잘 말린 후 태양초로 탄생시켜

내게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