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해지는 이야기.아저씨와 업동이를 기억하며
본당행사로 서울성당에서 주일을 보내고
우연히 게시판을 바라보니 장례미사가 안내되어 있었다.
돌아가신 분은
이십여년 전 부부가 영세를 받으시고
열심이셨던 형제님이시다.
나이로는 아버지 뻘 되시는 부부이셔서
아줌마,아저씨로 호칭하며
정을 나누던 분이셨다.
나를 예뻐하셔서
아줌마 영세명도 나와 같은 "베로니카"로 영세명을 정하셨었다.
같은 구역 같은 반이었는데
요리솜씨가 좋으셔서
반모임을 할 때면
호박죽이며 잡채,장떡등 별식을 준비해 주시는 분이셨다.
그 집에서 반모임 하는날이면 오늘은 무슨 메뉴일까?
반원들이 궁금해 하기도 하고...
산골에 내려와 살다보니
이런저런 소식을 알지 못하고 지날 때가 많다.
이번 소식도 우연히 본당일로 올라왔다 알게 되었다.
유난히 정이 많으신 두 분은
일가친척도 없으시고 딸만 둘이셨는데
작은 딸을 사고로 잃고 가슴에 묻고 사시는 외로운 부부셨다.
그 집에는
업동이 강아지가 하나있다.
열린 현관문으로 들어와 쫒아도 나가질 않아
마음 좋은 아저씨와 아줌마는
그 강아지를 자식 삼아 집안에서 키웠었다.
이름도 "업동이"
업동이는 그 집 자식같이 사랑받으며 키워졌다.
십여년 전 아저씨는
알지 못하는 희귀병에 걸리셨다.
병원을 전전하시며 병명도 알아내지 못하고...
음식 냄새도 못맡으시고 음식을 잘 드시지도 못하고...
그렇게 몇년이 흐르면서
거동도 못하고
몸져 누워 지내게 되셨는데
그 곁에는 항상 "업동이"가 있었다.
아저씨의 유일한 말벗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 주고
누워 지내시는 동안 아저씨의 낙.
그렇게 십여년이 지났다.
엊그제 아저씨가 위급해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집에서는 업동이 혼자
아저씨 누워 계셨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단다.
업동이가 들어온지도 어언 15년이 지나있었다.
세월이 흘러 늙은 개.
아저씨 돌아가시는 날 아침.
갑자기
업동이가 죽었단다.
아줌마는 갑자기 죽은 업동이를 처리하고 병원에 오셨는데
두어시간 뒤 아저씨도 눈을 감으셨다.
병상에 오래 누워 계셨던 외로운 아저씨.
아저씨를 지키러 나타났던 업동이.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무도 가슴 찡한 이야기.
아저씨를 지키라고 보내주신 수호천사 아닐까? 생각든다.
"아저씨 가신 그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아저씨를 기억하며...
아저씨는 살아계실 때 시신기증을 하신 상태여서
염도 관도 수의도 다 생략한 채
장례미사를 끝내고 대학병원구급차에 실려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