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 오두막 (flower-picnic)
폭우속에 신부님과 봉성체 본문
사진: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치시던 요르단 벳짜타 연못.
주님!
이천년전 아픈 사람들을 고치시던 그때의 기적이 지금도 일어나게 도와 주소서.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봉성체가 있는 날.
봉성체:아프거나 사정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신자에게 사제가 성체를 직접 모시고 가 영하여 주는 일.
아침 부터 국지성 폭우가 오락가락한다.
잉! 봉성체중 비가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 ㅠㅠ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정해져 있는 날이니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강행.
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 신부님과 출발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동네가 재개발 예정지역(용산뉴타운)이다 보니
몇십년은 넘었을 골목골목에 집들이 다닥다닥하다.
언덕도 있고 계단도 많다.
게다가 거리도.. 집들도...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으면 수리도 하지않은 채
그대로 사는 지역이다.
우리가 가는 집들은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집들이므로
큰 길에서 내려 골목을 걸어들어가는 코스들이다.
이번 처음 봉성체를 신청하신 할머니댁.
집에 들어가자 마당에 개가 2마리나 험상굿게 짖으며 달려든다.
어휴~ 깜짝이야~
할머니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계셨다.
머리가 너무 아파 좀 나으려나 하고 그러신단다.
처음 방문한 집인데도 신부님은 할머니 손을 잡고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신다.
어디가 제일 아프시냐?
잡숫는 거는 잘 잡숫느냐?
하며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신다.
신부님 모습 보기좋아요~예수님 모습~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져 이제는 사정없이 퍼부어댄다.
골목골목 다 물난리가 났다.
좁은 골목에 계단들은 완전 폭포수다.우산도 소용이 없다.
그런 길로 다니다보니 신부님 옷은 홀딱 다 젖었다.
수녀님까지 오늘은 못 오셔서 어색하기만 한데 이를 워째!
데레사 라는 할머니네 집
요즘 들어 치매가 아주 중증이시다.
우리가 들어가도 그냥 웃으시며 바느질을 한다고
부시럭거리며 반짓고리며 헝겊쪼가리를 꺼내 놓으신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는 딸이 하나있는데
여의치 않아 성당구역장님과 반장님이 매일 수고를 하신다.
구역장님~반장님~ 복받으실꺼예요~
할머니는 밤에 밖에서 누가 부른다고 바깥으로 자꾸 나가셔 집을 잃어버리신다.
경찰분들이 찾아 모시고 오기도 하고...
아주 명찰을 해 달고 계시다.
웃는 얼굴이 마치 아기같이 천진스러우시다.
그렇기도 할 것이 다 잊어버리고 사시니...
예전에는 봉사도 많이 하신 꾸르실료대선배님이시다.
옛날 모습은 하나도 없이 변하신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안나할머니네 집에 오니 예전에는 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오늘은 방안에 자리를 깔고 아주 누우셨다.
항상 가면 먹을 것을 주시며 안먹으면 호통을 치시는 분이시다.
방안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알아듣질 못하시며
얼굴도 많이 변하셨다.
신부님이 이야기를 하시니 칠판을 가리키며 쓰라고 하신다.
Good Idea!!
할머니는 멀리 외국에 나가있는 아들이 보고 싶다신다.
들어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정신이 있으실 때 어머니를 뵙는 게 좋을 듯했다.
돌아가시고 나면 그때 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다.
항상"신부님,나좀 빨리 데려가라고 기도 좀 해줘"라고 하시는데
그 말씀이 이제 이루어지기가 얼마 안남은 듯하였다.
신부님은 할머니를 위해 안수를 하시며 어떤 기도를 하셨을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진심의 기도가 나왔다.
원하시는 때에 주님 뜻대로 하시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보고싶은 사람은 좀 볼수 있게 해주실수는 없는건가요?
장대비 속에 봉성체를 마치며 돌아오는 차안.
"신부님,오늘은 다른데 가셔서도 안 잊혀지실꺼예요. 고생하셨어요!" 라고 하니
하나도 힘 안드시고 고생도 안하셨단다. 목소리가 힘이 있고 밝아보이셨다.
이상하지?
다니는 내내 그 빗속에서도 짜증이 나지않았었다.
주님께서 이 빗속을 다니는 우리일행을 측은히 여기셔서일까?
오히려 기쁨 충만한 시간이었다.
아마 신부님도 그러셨을 꺼라 생각한다.
오늘 비오는 날의 봉성체는 내게 특별한 날이었다.
옛날 활기있던 때를 살아가셨던 그 분들이
이제는 아무 것도 혼자는 할 수 없는 것이 마음도 아팠고
사는 동안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세상 끝날에는 아무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오로지 빈 몸으로 그 분께서 부르시는 날.
그 분 앞에 간다는것 뿐.
주님께서 내게 메시지로 남기신 하루였다.
아무 것도 아닌 세상에 마음을 두기보다는
저 높은 곳에 계신 주님 만 바라보고
더 열심히....
더 감사히...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묵혀 두었던 일도 생각나고 할 일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노래.
귀천 - 장사익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스러지는
이슬더불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가사 출처 : Daum뮤직
'정금공소 > 성당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모든 생명을 살린다. (0) | 2011.08.03 |
---|---|
역설적인 사랑의 힘은 나를 치유시킨다. (0) | 2011.07.28 |
[스크랩] 성령의 불로 나를 비추소서 (0) | 2011.07.14 |
2011년 6월 29일 오후 10:49 (0) | 2011.06.29 |
2011년 6월 27일 오후 11:31 (0) | 201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