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 오두막 (flower-picnic)
깁스한 발로 동네 한바퀴 본문
다쳐서 깁스를 한지도 벌써 3주째.
절뚝거리며 걷는것이 불편하고, 인사받기도 민망스러워
방콕만하니 속이 불이나는것같다.
4번째 발가락하나 금이간것이 이렇게까지 불편하다니!
사람의 몸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새삼느끼며....
그래도 건강하니 감사한 마음이다.
발이 좀 나아가면서부터 자꾸 바깥으로 눈이간다.
오늘은 마음 먹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려 집을 나섰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목련과개나리는 지고 없는데....
꽃잔디의 고운 빛깔이 나를 멈춰세운다.
누가 순서를 정해 주었을까?
꽃들은 서로 자기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리다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리고 어느날인가 소리도 없이 만개했던 꽃잎들을 떨구고....
떨어진 꽃잎에 아파하지도 않으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나는 발가락하나에 이렇게 아파하는데....
울 동네 고등학교 올라가는길.
벗꽃이 활짝. 내게 으시대며 자태를 뽐낸다.
다리때문에 꼼짝 못하는 내가
늬 덕분에 진해벗꽃구경을 한다.
정말 활짝 핀 모습이 화려하다.
사람이 아무리 잘 차려입는다해도 너 만할까?
높은담위의 집.그밑을 지나다니는 사람의눈길을 끄는 찔레꽃.
어린시절부터 30여년을 살아온 동네. 그리고 결혼하고 다시 또 돌아온 고향.
이길을 나는 수없이 많이 지나다녔지....
꿈을 꾸는 나이부터 지금 꿈을 이룬나이까지 말이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길에서 나는 옛날을 떠올린다.
맑았던 한강물에서 광목 이불빨래를 백옥같이 해널었던 엄마도 만났다.
겨울이면 꽁꽁 얼었던 강위를 손잡고 건너던 할머니도 만났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텃밭에 금낭화 한그루.
안쓰러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예쁘구나! 너!
카메라들고 나가길 잘했다.
오늘같은 날 언제 또 있을까?
집에 돌아오니 아픈 다리보다 안아픈 다리가 더 땡기고 아프다.
그러나 마음은 활짝 개인 아침같다.
매일매일 오늘 같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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