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 오두막 (flower-picnic)

모깃불,모닥불 본문

산골 살아가는 이야기

모깃불,모닥불

엔젤의오두막 2013. 9. 7. 07:30

 

 

 

 

산골의 여름밤.

 

해가 짐과 동시에 나방과 모기들의 세상.

 

아는 사람은 압니다.

 

해 넘어가면 문 꼭꼭의 사연을....

 

산골의 모기는

 

긴 옷 속을 꿰뚫고 들어와

 

사정없이 물어뜯고

 

열흘 내지는 보름동안의 흔적을 남기고...

 

하루살이와 나방들은

 

입만 열면 입속으로 눈 속으로 계속 골인을 합니다.

 

 

 

 

어쩌다 저녁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단단히 준비를 하지요.

 

그럴 때 등장하는 모깃불.

 

사방 천지 지천인 쑥을 뜯어

 

불을 피웁니다.

 

코를 벌룸거리며

 

쑥향기 내음을 맡으면

 

머리가 환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예전 어릴 적 바닷가에서

 

벌였던 캠프화이어를 생각나게도 하고...

 

 날파리들 걱정없이

 

하늘 맑은 날

 

여유롭게 밤하늘 은하수와

 

북두칠성을 보기도 하고

 

도깨비불이라고 까무러지게 놀랐었던 반딧불이도 보고

 

때론 손뼉치고 돌아가며 노래 부르기도 하고

 

어린시절 아이일 적

 

옛 이야기도 나누며

 

모깃불 앞에서 정을 나눕니다.

 

 

 

 

 

어제는 함께 모깃불을 놓고

 

노닥거리다 보니

 

초가을 서을한 기운에

 

모깃불이던 불이 모닥불로 바뀌었습니다.

 

여름은 가고 빈자리에

 

가을이라는 아이가 다가와 있습니다.

 

"덥다"가 "춥다"로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리고

 

이젠 각자의 가을걷이에 바빠지는 계절입니다.

 

오늘 산골은

 

모깃불보다는 모닥불이 더 포근해 보이는 저녁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