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 오두막 (flower-picnic)
하늘로 돌아간 어떤 이웃을 기억하며 본문
햇볕을 본지가 언제이던가요?
이제 그만이라는
농부의 마음과는 달리
오늘도 비님은 돌아갈 줄 모릅니다.
비오는 밖의 우중충한 날씨같은 이야기.
세상 떠난 어느 이웃의 이야기를 씁니다.
기억하고 싶었던 어떤 이 이기에
이리라도 기억해 주고 싶습니다.
작년 골짜기로 들어와 오늘까지...
오두막이 생기고 난 이후로
새로 지은 집들이
십여채 이상이나 되다보니
당연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사귐도 많았었지요.
이사온 이웃 중에는
몸이 아파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산골생활을 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 중에 어떤 이.
나이로 보면 정말 하고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는 나이 오십대.
말대로 사회적인 지위와 재력까지 갖춘 그였습니다.
폐암.
힘든 방사선치료를 60회나 받고
몸과 마음이 모두 연약해진 상태였지요.
항상 부부는 산책길에
오두막에 들러 쉬었다 가곤했습니다.
아픈 그와 대화를 나누노라면
살기 위해 애쓰는 안타까운 그의 마음이 엿보였어요.
오두막에 온 그에게
마음을 담아
담가놓았던 효소를 내어놓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먹으라 좋은 이야기도 들려 주곤했지요.
어릴 적 영세를 받았으나
냉담 중이었던 그와 공소에 나가기도 했었습니다.
어느날인가는
내가 몸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그의 아내는
나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해 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지났을까?
폐암이
뇌로
척추로 전이가 되었다더군요.
머리, 허리가 아팠던 이유가 전이가 되어 그리 아팠답니다.
이곳에 올 때만해도 몸집 좋았던 그는
점점 눈에 띄게 여위어가고
마침내는 폐렴이 와서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왠지 그를 보면
나이가 비슷해서인가?
우리곁을 먼저 떠난 남동생이 생각났었습니다.
그래서
아픈 몸 꼭 치유받고 살아가길 바랬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여를 지나며...
그의 집앞을 지나려면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다시 환한 불이 켜질 그 집을 간절히 그렸습니다.
병문안을 두번 다녀오는 동안에도...
우리가 그를 위해 기도를 하는 시간 내내도...
그는 알까?
고통 속에서 약의 힘을 빌어 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한달 사이 뼈만 남은 모습으로 변한 그는 ...
세상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어느날
퍼붓는 장맛비와 함께
세상을 떳습니다.
그가 다시 돌아와
둘러보아야 할 텃밭이며
한참 재미나게 가꾸던 마당도
무성한 풀밭이 되어
주인을 잃었네요.
잠시 입원했다 돌아올 것 같았던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로
.
.
.
형수님이라 불러주던 그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그가
그곳에서 다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길 바랍니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었던 그를 기억하며....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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